내가 독립영화를 사랑하게 된 이유?
난 허리우드키드 세대다.
유년시절 용산 미8군에서 지내다 보니 자연히 한글자막 없는
영화관이 유일한 내 놀이터였다. 당시 미8군 영화관에서는 한국 미개봉 필름도 상영되어
나이 어린 꼬마는 신천지가 아닐 수 없었고 솔직히 한국영화는 유치하다고 생각했다.
재미있는 추억으로 미성년자 관람불가 영화도 군부대 특성상 많이 용인되어 난 자유로이
출입을 넘어 영화관의 마스코트로 자리매김했다. 상상해 보라! 귀여운 동양어린 아이가
넓은 영화관을 휘젓고 다녔으니 서양인 눈에 얼마나 신기했을꼬... 그 덕에 이모한테 무지 혼났다.ㅎㅎ
최근 몇년사이 한국영화는 급속도로 발전했고 더 나아가 국제사회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문제는 대중 영화는 흥행, 즉 관객의 눈치를 보게 된 것이다.
대형 예술문화 사업인 영화는 부가가치가 뛰어나다. 그러다 보니 예술의 논리보다는
결국 경제의 논리가 부각되면서 수입영화조차 대중의 입맛에 맞추는 것이 당연지사...
영화의 보편화에 대기업 멀티플렉스영화관도 한 몫 했음을 인정한다.
문제는 대중의 눈치를 보지 않고 순수 창작의지에 입각한 독립영화가 푸대접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솔직히 요즘 대중영화는 웃음과, 눈물, 감동, 재미를 값싸게 팔아 먹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러다보니 영화관을 나올때 감정의 낭비가 심하게 느껴 불편함을 지울 수 없다.
뭔가 재미있었던 같은데 추억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독립영화는 나의 감정의 낭비를 많이 줄여 준 속 시원한 환풍기였다.
전혀 다른 관점과 시선... 그리고 내가 몰랐던 세계를 알게하고 공부하게끔 미끼를 잘 던져 준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영화에 대한 유통과정과 제작자들의 애환과 질서, 타협, 반성을 보게 되었고
대중영화 가릴 것 없이 모든 예술 장르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왜? 영화는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종합예술이기 때문...
독립영화는 미래 한국영화의 자양분이다. 그 자양분의 가장 기름 진 흙은 바로 관객의 몫이다.
음악도 아는만큼 들리고 영화도 아는 만큼 보인다. 성인이라면 뇌는 운동으로 비우고
예술은 뇌로 채우면 더 풍요롭지 않을까?
엉뚱한 상상- 한국 독립영화가 국내 천만관객을 돌파하고 세계로 수출되어
올해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이 유력한 후보가 되었다.